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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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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왜 잘 팔리나?

마니아 편집팀 | 2010.12.17 | 조회 6035

왜 잘 팔리나?


  결국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왜 정치인 말만 듣고 소비자 말은 안 듣나요. 통큰치킨 살려주세요”라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를 철회해 달라는 서명운동이 일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킨프랜차이즈 업계가 당황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치킨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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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큰치킨’이 왜 잘 팔렸을까요? 가격이 엄청 쌌기 때문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기회비용이 있음에도 잘 팔렸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산층 이상이 통큰치킨 판매중단을 크게 애석해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롯데마트도 인정했듯 통큰치킨은 결국 청와대 개입으로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장하준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란 경제서적이 베스트셀러입니다. 장하준 교수는 통큰치킨에 대해 어떻게 말을 했을까요? 장 교수가 그동안 자유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설파하고 국가(특히 후진국)의 시장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큰치킨에 대해 부정적이라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장 교수는 주로 주류경제학이 주장한 시장개방과 자유무역에 대해 비판해 왔기 때문에 대기업의 미끼상품과 소비자 권리에 대해 어떻게 평할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장하준 교수의 ‘23가지’는 왜 잘 팔릴까요? ‘통큰치킨’처럼 다른 경제교양 서적에 비해 엄청 싼 가격도 아닌데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23가지’가 치킨으로 치면 새로운 맛을 독자들에게 선보인 것도 아닙니다. 장교수가 들으면 섭섭해 할지 모르지만 ‘23가지’는 장교수가 앞서 펴낸 책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2004년에 출간한 ‘사다리 걷어차기’를 시작으로 ‘쾌도난마 한국경제’(2005), ‘국가의 역할’(2006),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 등 모두 주장하는 바는 거의 비슷합니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제목에서 장교수의 주장이 그대로 나옵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자유무역을 주장하는데 그들도 선진국이 되기 전에는 보호무역을 했고 선진국이 되고 나서 후진국을 대상으로 우리 함께 자유무역을 하자고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선진국은 자국의 산업과 경제를 발전시켜 놓고 관세장벽 등 보호무역(국가개입)이란 사다리를 걷어차 없앤 뒤에 후진국들에게 자유무역을 함께 하자고 강요한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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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 ‘23가지’가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책보다 편집에 좀 더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자유시장이란 것은 없다’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등 23가지 주제에 대해 기존 주류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먼저 정리하고 그 뒤에 주류경제학자들은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며 장교수의 주장을 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나쁜 사마리안들’ 등 앞서 출간된 장교수의 책들도 저 같은 사람도 읽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23가지’만큼 선풍을 일으킨 책은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신자유주의 경제 비판’이란 철이 지난 이야기 같은데 벌써 10만권이 넘게 팔렸습니다.  장교수가 흘러간 자신의 노래를 리메이크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됐을까요? 답은 우리 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3가지’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1등공신은 바로 2010년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2010년 출판계의 최대 화두는 '정의'였습니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문 서적으로는 8년 만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비판에서 '경제 정의'로 담론을 확장시킨 '23가지'도 출간과 동시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공정한 분배 등 정의에 갈증이 난 대한민국 국민들이 타는 목마름으로 ‘정의’와 관련된 어려운 인문 사회과학서적을 읽기 위해 지갑을 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화두로 꺼냈습니다. 그러나 ‘공정 보도’ ‘공정 방송’을 주창했다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기자와 PD 등 언론인 170여명이 해직과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고 그 가운데 언론인 8명이 해직된 상태로 2011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형님을 위한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켜 놓고 ‘난 이것을 정의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공정하게 분배하지도 않고 그마저도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예산안을 강제 통과시켜 놓고 정의를 얘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모두 부자되세요’란 광고카피가 대한민국을 쓰나미처럼 휩쓸고 갈 때 대한민국은 건설회장 사장 출신을 경제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토건 자본주의의 부활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부자, 샐러리맨 신화, 뉴타운, 욕망’이란 미몽에서 각성해 ‘복지, 분배, 정의, 평화’가 다시 떠오르는 2010년 세밑입니다.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 해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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