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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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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주례

마니아 편집팀 | 2010.10.23 | 조회 7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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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례

얼마 전 한 후배가 부탁을 했습니다. 결혼식 주례를 맡아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주례를 맡기 어렵다고 고사 했습니다. YTN 후배라서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6명의 기자들을 해직시킨 사람들이 YTN 임원이나 간부로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제가 주례를 맡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협회장으로 언론민주주의를 위해 집회나 행사장에서 말하는 것과 결혼식 주례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배가 내민 부탁의 손을 거절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또 부족한 저를 과대평가해 주례를 부탁한 후배에게 이 글을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사실 YTN 사태가 나기 전 그 후배와 저는 인사정도만 하는 사이었습니다. 후배는 YTN 사태로 드러난 흙 속의 진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대통령후보의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것은 젊은 언론인의 패기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생활인으로서의 손해와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2년이 넘는 YTN 투쟁 속에 어쩔 수 없이 많은 동료들이 지쳐 갔지만 그 후배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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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6명의 해직기자들은 모두 결혼을 했습니다. 해직기자들은 YTN 동료들과 주위 분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2년 넘게 버티고 있습니다. 또 가족이 있었기에 힘을 내고 있습니다. 6명 해직기자들은 성향이 제 각각 인데 하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아내들이 해직기자들보다 훌륭하고 씩씩하다는 점입니다. 나이 마흔 넘어 회사에서 짤리고 온 남편에게 오히려 힘과 용기를 준 아내들이 없었다면 6명이 어떻게 밖에서 기를 펴고 일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6명 모두 아내들을 자신보다 나은 반쪽(my better half)이라 여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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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기자 2년 넘게 하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은 상식이 있다면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가족이 함께 있고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가를 배웠습니다. 세상 일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세상과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얼마 안 있어 아내를 맞이하는 저보다 나은 후배에게 주례사를 대신해 이 말을 전합니다. 아내를 자신보다 더 나은 반쪽으로 여기며 본인도 아내에게 더 나은 반쪽이 되도록 노력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참 맛을 느끼면 인생도 그만큼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해직기자)

[우장균 해직일기]는 한국기자협회보 칼럼 [우장균의 못 다한 이야기] 편에 동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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