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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브라보, 나인티 클럽!

YTN노동조합 | 2012.12.27 | 조회 1982

경향신문

[경제와 세상]김영순 | 서울과기대 기초교육학부 교수

 

새벽 6시. 아직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아들은 주섬주섬 옷을 입고 수영장에 갈 채비를 한다. 간밤 잠에 들기는 했던 것일까. 비몽사몽 몇 시간을 뒤척인 듯하다. 팔순 어머니가 아들의 기척에 나오신다. “뭐 좀 먹고 가야지?” “예, 제가 알아서 먹었습니다.” 잠깐의 침묵. 어머니가 등 뒤에서 말하신다. “용기를 잃지 말고 기운을 내거라.” 아들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말없이 문을 닫고 집을 나선다. 어머니의 형제자매와 친구들은 민주당이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어머니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들을 위해, 그리고 정권교체를 위해 한 표를 찍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정권 연장이었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니 변함없이 태양은 뜨고 아침이 밝아온다. 세상은 어제와 다를 바 없이 분주히 돌아간다. 지난 몇 달 불안 속의 기대, 한줌 불씨같이 살려온 낙관, 이 모든 것이 결국 한겨울 밤의 꿈이었던가. 아들은 5년차 해직기자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한국의 언론자유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지난 5년 동안 해직당한 언론인 수가 20명에 이른다. 2008년 10월, 6명의 기자가 YTN에서 해직됐다. 이어 부산일보에서 3명, 국민일보에서 2명의 기자가 더 해고됐다. MBC는 2010년 이근행 PD를 해고한 후 올해 170일간의 파업 와중에 8명을 더 해고했다. 정직, 감봉까지 합치면 이명박 정부하에서 징계를 당한 언론인 수는 무려 454명에 이른다. MBC 한 곳에서만 223명이 징계를 받았고, YTN 기자들의 해직생활은 4년2개월에 육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5공화국 언론인 강제해직 이후 최대의 언론탄압이다. 이들은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다가, 공정보도를 위한 취재환경을 요구하다가, 자본과 권력을 견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징계에 처해졌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언론자유는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미국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1년 언론자유도 순위에서 한국은 전 세계 169개국 중 70위를 차지했다.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은 그동안 ‘언론자유국’ 그룹의 하위에 머물렀으나 이번에 강등되어 ‘부분적 자유국’이 됐다”면서 “이는 검열과 함께 언론매체의 뉴스와 정보콘텐츠에 대한 정부 영향력의 개입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언론 통제가 순위 하락의 주범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관련 보도가 공정하게 이루어졌을 리 만무하다. 안철수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 분량이나 유세 청중 이미지 등 대선기간 동안 편파보도는 여기저기서 파열음을 냈다.

선거는 끝났다. 좀 다른 세상이 오려나 했던 해직기자 아들의 기대는 그야말로 한겨울 밤의 꿈에 불과했던 것일까? 그래서는 안된다. 박근혜 당선인의 제 일성은 ‘국민대통합’이었다. 한국기자협회는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대통합’의 첫걸음을 현 정권 5년 동안 가장 갈기갈기 찢겨진 곳, 언론계에서부터 내디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직언론인의 전원, 전면 복직과 언론자유의 회복은 당선인이 가장 먼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칼럼 마감은 다가오는데, 어떻게든 선거 얘기는 피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해직기자 후배의 편지를 곱씹다 결국은 선거 얘기를 쓴다. 그의 편지를 받고 참으로 염치없게도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부끄러워졌다. 그의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은 거짓이다. 해직기자라는 명예를 잃지 않도록 하겠다. 그리고 오늘 욕심이 하나 더 생겼다. 심신을 단련해 빛나는 이성으로 90살 넘게 살아보련다. 그것이 지역갈등보다 심각한 세대갈등을 치유하는 나의 해법이다. 아흔살이 넘어도 역사의 진보를 믿으며 투표장으로 가겠다. 제가 제안하는 나인티 클럽에 들어오고 싶은 분은 조용히 문자나 카톡으로 보내주세요. 건강관리에 의지가 있고 역사의 진보를 믿는 분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4년2개월을 명예를 잃지 않고 꿋꿋이 버틴, 이 ‘의지의 낙관주의자’와 그의 동료들의 복직 소식을 간절히 기다린다. 그리고, 브라보, 나인티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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