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수사를 맡아 왔던 임수빈 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검찰 수뇌부는 피디수첩에 일부 사실왜곡이 있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농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본 반면, 임 부장검사는 사실왜곡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PD들을 기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 같습니다. 피디수첩의 보도 내용이 정부 비판에 맞춰져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성격이 약할뿐더러 검찰이 사법처리에 나서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임 검사가 사표 제출을 고려하게 된 데는 전체 검찰 조직에 부담감을 주지 않겠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보도는 임 부장과 검찰수뇌부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임 부장이 검찰수뇌부와 갈등을 빚게 되기까지 검찰조직내 평검사들의 중론도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대다수 평검사들도 검찰이 언론자유 논란을 빚는 사안에 대해 사법처리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 봅니다. 임 부장 검사는 특별전담수사팀을 이끌면서 후배검사들과 때론 격론을 벌이고 때론 함께 고뇌를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청와대와 검찰수뇌부의 뜻을 추종하지 않고 직업인 검사로서의 양심과 상식을 선택했습니다.
흔히들 검찰 조직은 언론사 기자조직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하는 일도 옳고 그름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그래서 기자도 검사도 폭탄주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검찰의 부장검사라는 직과 ytn 간부의 직, 어느 쪽이 더 무게감이 있는지 계량화하기 힘들겠지요. 구본홍씨 사장 저지투쟁과 관련해 ytn 평기자들은 간부인 선배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간부선배들에게 구본홍을 반대하라고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 후보 특보 출신이 뉴스전문채널의 사장으로 오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후배들의 뜻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ytn 간부직을 놓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뜻이었습니다.
권력의 냉혹함과 엄정함을 실감하는 50대 안팎의 나이에 권력에 저항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항을 강요하기도 힘들죠. 그러나 검찰과 언론사 간부의 자리는 건설회사 경리부장 자리가 아닙니다. 직업인으로서 기자의 양심과 상식이 아쉬운 세밑입니다.
2008.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