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ytn은 시청자 사과 방송을 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6일 ytn 앵커와 기자가 검은색 의상을 입고 진행한 블랙투쟁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구본홍씨가 날치기 주총을 통과한 이후 목 놓아 통곡할 날이 많았는데 오늘 역시 시일야방송대곡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통위의 이번 중징계 결정에 대해 훗날 역사는 권력의 정치적 압력에 치욕스런 굴복을 한 것이라고 평가할 것입니다.
방통위는 블랙투쟁이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책임등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노조가 블랙투쟁을 했기 망정이지 만약 레드투쟁을 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당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흑인인권운동을 제외하고 검은색은 어떤 정파나 집단을 대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축구 경기를 보면 붉은 색은 한국과 벨기에 등을 나타내고 파란색은 프랑스와 이태리, 일본, 오렌지색은 네덜란드 등을 상징하는 색깔이지만 검은 색은 공정성이 생명인 심판들이 주로 입고 나옵니다.
또 뉴스를 전하는 앵커는 시청자들의 신뢰감을 얻기 위해 백치미보다는 지성미가 있어야 합니다. 검은색은 바로 지성의 상징입니다. 불어로 검은 색은 noir라고 합니다. 주윤발 등이 한때 풍미했던 홍콩 영화를 홍콩 느와르라고 했는데 그때 느와르가 불어의 검다라는 뜻이죠. 영어 ignorant(무식한)는 지성이 없는 이란 말과 통합니다. 지성을 뜻하는 no(검다)앞에 not을 뜻하는 ig가 붙어있는 단어죠.
지성미를 뽐내려는 연예인들이 온 몸을 검은색으로 치장하고 텔레비전에 나올때 방통위의 이번 이헌령비헌령식 잣대를 적용하면 상복을 입어 불쾌감을 조장했다고 주장할 수 있겠죠.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미국의 흑인 육상 선수 2명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고 시상식에서 검은 장갑을 낀 채 한 손을 높게 쳐 올립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지 여섯달이 지난 뒤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침묵시위였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블랙투쟁에 대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폭력적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두 선수는 메달을 빼앗기고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 여론에 시달렸고 살해 위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전한 메시지의 힘은 컸습니다. kkk단이 대낮에 흑인들을 무참히 학살하던 시절 백인들에게 흑인들이 더 이상 노예의 후손이 아니란 것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1968년 두 흑인 육상선수의 몸짓은 40년이 지난 오늘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2008. 12. 11
해직기자 우장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