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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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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달 노트⑤] 파업 전야에 고함

마니아 편집팀 | 2009.03.20 | 조회 8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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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번 파업이 아무리 합법 파업이라고 해도 저의 경우에는 마음 한구석에는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랬을 겁니다.


  그 부담감은 경제가 어렵다는 데서 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 사정을 모르는 외부 사람들의 지탄이 무서워서 오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방송을 멈춰야 한다는, 방송'쟁이'로서의책임감에서 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참다 참다 못 참고 파업에 나설 수 밖에없는 이유는 저의 경우에는 이렇습니다.


  '고통분담'을 요구할 때에는, 최소한 구성원들에게 모든 주체가 함께마음을 모아 고통을 분담한다는 확신이 들도록 만들어줘야만 설득이 가능한 법입니다.


  걸핏하면 회사 돈으로 호텔 식당에서 밥먹고, 동문회보에 광고 내고, 자기 와이셔츠까지 회사 돈으로 사는 사람이 사장이라면서 앉아있는데, 전대미문의 위기라면서 임원 자리 늘리는 앞뒤 안맞는 짓을 하면서,대체 누구보고 고통 분담을 하자고 요구하는 겁니까 ?


  왜, 우리 임금 삭감한 돈으로 이번에는 아르마니 정장으로 옷장이라도 채워보시렵니까? 아니면 주변에서 아첨하는 무리들에게생색 내면서 한정식이라도 거하게 쏘시렵니까? 경제가 어렵다고 회사적자날거 뻔하다고 하면 우리가 눈물흘리며 금모으기라도 해줄 줄알았습니까 ?


  누군가는 공중파에서 평생 호가호위하며 편하게 기자생활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와이티엔 사람들은 와이티엔이 외환위기때 어려워진 이후로회사 돈 아끼려고 트라이포드 들고 뛰고, 송출비 절약 위해 테잎 들고 달리고, 쥐꼬리만한 수당 받으면서도, 재활용을 수십번도 더 해 비가 죽죽 내리는테잎을 참아가면서도, 버튼도 안 눌러지는 편집기를 달래가면서도,십여 년동안 기꺼이 고통분담 열심히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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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회사가 형편이 편 이후로 들어와서 별 고생하지 않았지만, 우리 선배들은 헝그리 정신 하나로 버텼고, 그래도 와이티엔이라는 이름 하나로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현장을 달리고 눈빛을 빛내며 방송을 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변변한 파업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제가 와이티엔을 사랑하는 이유였습니다. 그만큼 회사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와이티엔 구성원은 같습니다. 그러던 우리가 파업에 들어갑니다.


  왜일까요? 그때랑 지금이랑 다른 게 뭘까요 ?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 보십시오. 바로 당신들의 태도가 문제라는 겁니다.


솔직히 파업을 결의한 조합원중에 임금 인상 백 원이라도 안해주면 정말 죽었다 깨나도 회사 못나오겠다고 생각한 사람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책임과 의무는방기한 채, 일방적으로 우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당신들의 태도가 괘씸해서나는 파업에 나섭니다.


  하다못해 '와이셔츠 회삿돈으로 사서 미안해'라고 한마디라도 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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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정말 잘할테니까, 나도 맨날 3천원짜리 백반집가서 밥먹고 월급 조금만 받고 먼저 솔선수범 할테니까 함께 열심히 해보자'라고 진심으로 설득한다면, 가슴에 와닿는 말을 한마디라도 한다면, 방송을 사랑하는 우리가 이렇게 가시방석같은파업길에 무조건 나서겠습니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분명 노조 집행부는 임금 인상을 파업의이유로 내걸었고, 해정직자 문제는 거론하지 않습니다. 임단협 사안이 아니니까요. 와이티엔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의 권리를 행사하는 겁니다.


 그러나 나는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 당신들이 고통받다 못해 못박혀 피흘리고 있는내 동료, 내 선배들을 방치할 뿐만 아니라 협상의 카드로만 이용하려고 하는 데에 분노합니다.


  나는 아닌 것을 아니라고 했다는 이유로, 상식을 지키려 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징계받고 해직당하고 고소당한 동료와 선배들이고통에서 놓여나기 전에는 불법이든 아니든 파업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래요, 나는해정직자 문제 해결하라는 나 개인만의 파업을 벌일 겁니다. 나를 잡아 가십시오.
 

  정직자 희망 펀드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제 임금 깎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많은 동료들이 없는 살림에 생활비 쪼개가면서도해정직자에게 진 마음의 빚이라도 갚겠다고 희망 펀드를 채우고 있습니다.우리는 이미 피흘리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충분히 고통분담 하고 있습니다.


  해정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인 뒤에 임금삭감이든 동결이든 고통분담하자는말을 입에 담으란 말입니다.


글 작성 : YTN 김수진 조합원 (보도국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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