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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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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달 노트③] 오바마의 당선을 보면서

마니아 편집팀 | 2009.02.25 | 조회 8498

오바마02.jpg

  제가 좋아하다 못해 열광하는 미드 중에 '웨스트 윙'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시즌 7을 끝으로 마감했는데,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본격 정치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출신이자 민주당인 대통령과 그 참모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죠.

  이 드라마를 보면, 작가의 성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민주당원이 대부분인 백악관 참모들과 대통령이 자신들이 믿는 '미국의 가치'를 현실 정치에서 실현하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참 인상적입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할 뿐 아니라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백악관 참모들과 현명한 대통령의 모습을 부러워하다가도 어차피 드라마일 뿐이라고 자조하곤 했습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산토스라는 라틴계 인물 (역시 민주당)을 차기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걸로 끝나는데 저는 이거야말로 비현실적인 스토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현직 대통령 역을 맡았던 마틴 쉰도 원래 '에스테베즈'라는 성을 가진 라틴계이지만 예명과 백인에 가까운 외모가 아니었으면 주인공을 못 맡았을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름도 외모도 명백히 유색인종인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시나리오는 정말 꿈같은 거라고 생각했던거죠.

  그런데 이보다 더한 일이 현실 미국정치에서 일어났습니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희한한 이름을 가진 흑인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다니요. 변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갈망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한국 사람인 제가  미국 정치인인 오바마에 대해서 아는 게 있겠습니까. 어차피 연설을 보고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연설을 보면  참 감동적입니다. 왜 이런 진심에서 우러나는 명연설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한국에는 없는지 통탄하게 됩니다. 

  그의 연설이 보여주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승리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승리의 영광을 유권자들에게 돌립니다. 인간에 대한 그의 애정이 드러나고 분파주의를 뛰어넘는 관대함과 리더십이 있습니다.

  대통령 연설에서 '꿈'과 '이상'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참 부럽습니다. 연설문 어디에도 세계 몇 위 나라가 되고 GDP 성장은 얼마나 해야 된다 뭐 이런 말 없습니다. 미국의 역사에서 보여지는, 건국의 선조들이 세운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그러나 공허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일국의 지도자는 매출 얼마 올리라고 닦달하는 영업팀장이 아니라 이렇게 가치관과 철학을 공유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우리 정치권에서 '고통 분담'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그 말이 국민의 귀에는 고깝게 들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오바마 역시 금융위기 속에서 고통을 분담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를 무마하기 위해서 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협조를 얻기 위해 반대되는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합니다. 단시간에,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며 정직한 노력으로, 나라를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해결되는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 변화를 만들자고 합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넘는 열정이 후끈 느껴집니다. 참 부럽습니다.

  저는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의 패배 연설을 보면서도 역설적으로, 절망했습니다. 그역시도 정말 훌륭한 사람이 아닙니까? 참전 용사로서 5년 넘는 세월을 포로수용소에서 견뎠고, 국가를 위해 자기를 버린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나도 나라를 위해 희생했으니 너도 뭘 좀 희생해보지 그래'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바마의 당선이 갖는 의미를 치하하고, 인정합니다.

  건전한 보수란 이런 걸 겁니다. 대체 우리 나라에 진정한 보수는 어디있습니까? 진보든 보수든 사람의 생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덕적 청렴함을 바탕으로 한 진짜 보수 세력이 우리나라에 있기는 합니까? '고소영' '강부자'가 진짜 보수세력이 될 수 있습니까?

  오바마는 앞으로도 많은 도전을 받겠지요. 실제로 현실정치에서 그의 이상이 어떻게 실현될런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경제위기 극복하기도 쉽지 않을 테고 내부에서도 많은 반대세력과 맞딱뜨려야 할 겁니다. 우리나라도 오바마의 당선을 반기기만 할 수는 없을 지 모르겠습니다. 오바마라고 해서 국익을 추구하지 않을 리 없고, 현 정부와 오바마 정부는 확실히 궁합이 안 맞을 게 뻔히 보입니다. 지금 하는 걸로 봐선 우리 정부가 잘해주길 기대하기가 어렵군요... 저쪽은 최첨단을 달리는데 우리는 복고가 유행하고 있네요 ㅠ.ㅠ

  뒷얘기로, 이번에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램 이매뉴얼은 실제로 웨스트윙 드라마에서 백악관  비서실차장이었던 조쉬 라이먼의 모델이었다고 합니다. 드라마가 현실 정치에서 실현되는 단계네요. 한국의 오바마는 어디 있을까요? 한국의 정치 환경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앞으로도 그냥 웨스트윙 미드 폐인으로 살면서 자조나 해야 할까요? ㅋㅋ

  마지막으로, 웨스트윙에서 백악관 대변인인 CJ는 비서실 차장 조시 라이먼과 농담삼아 이런 대화를 합니다.
 "우리같은 사람이 이 나라의 지도자라니 정말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아? 나는 가끔 그래"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가끔 저런 생각하면서 분발했으면 합니다...


글 작성 : YTN 김수진 조합원 (보도국 뉴스팀)
(이 글은 2008년 11월 개인 블로그에 썼던 김수진 조합원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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