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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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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⑧] 겨울 치악산에 가본 적이 있나요?

마니아 편집팀 | 2009.02.25 | 조회 8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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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희망펀드 계좌로 5백 6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희망 펀드 신호사장님은 해직자가 희망펀드에 돈을 넣으면 다시 돌려줍니다. 지난해 구본홍씨가 월급 갖고 장난칠 때 해직자나 정직자는 희망펀드로 월급을 받았는데 정작 희망펀드 주주들인 조합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3백만원을 입급했더니 며칠뒤 월급이 나왔다며 신호사장께서 300만원을 다시 보냈습니다.
이번에 입금한 돈도 신호 사장이 돌려보낼 것 같아 미리 설명을 했습니다. 대학때 만난 써클 선후배들이 저에게 보낸 후원금인데 희망펀드에 입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4년전 그때도 소띠 해였겠네요. 85년 1월 저는 이번에 후원금을 보낸 대학 써클 선후배들과 겨울 산행을 갔습니다. 눈 덮힌 치악산으로 떠났습니다. 등산 써클은 아니었지만 겨울방학땐 오대산, 월악산 등으로 어줍지 않은 산행을 했습니다.

치악산행 전날 밤 우리는 회장단이 준비한 복사물을 읽고 통일관련 토론을 벌인 뒤 술을 좀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틑날 10여명의 회원들이 눈덮힌 치악산을 향해 떠났습니다. 대부분 등산화가 없었습니다. 전기공학과에 다니는 동기 녀석이 교련할때 신는 워커를 신으면 좋다고 해 미리 검은색 헝겊으로 된 워커를 신고 왔습니다. 같은 기 친구는 또 친절하게도 하얀 헝겊을 준비해 와 이걸 신발에 묶고눈 덮힌 산에 가면 아이젠 대용이 된다며 흰 헝겊을 제 워커에 묶어줬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치악산 민박집에서 하루를 더 보냈습니다. 이튿날 서울로 가려고 했는데 헝겊이 워커와 함께 꽁꽁 얼어 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2박 3일 신나게 놀고 기차타고 서울 청량리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청량리역 출구 왼편에 간첩을 신고하는 곳인지 대공분실인지 조그만 사무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10여명 써클 선후배들은 이미 청량리역을 빠져나가고 있는데....

난~ 대공분실에서 나온 아저씨와 눈 마주쳤고,
순간 내 몰골하며 내가 봐도 공비 같았고,
난 돈이 없어 워커신고 산행한 것 뿐이고
아이젠 없어 워커에 헝겊 댄 것 뿐이고
경찰인지 안기부원인지 나보고 오라고 손짓하고 있고
아저씨에게 약간 불쌍한 표정 지어봤지만 소용 없었고
엄마 보고 싶고

그때 한 선배가 다행히 뒤를 돌아봐 내가 청량리 역 대공분실로 끌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공분실에 들어가니 사복입은 아저씨가 신분증 내라고 한뒤 내 베낭에 있는 물건을 다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베낭에 버너는 없는데 왜 코펠만 있냐고 다그쳤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통일관련 세미나 자료. 분명 내것이 아닌데 어느 회원인지 모르겠지만 고려연방제 부분에만 밑줄을 쫙쫙 긋고 별표까지 해 놨습니다. 서울대 학생증도 정치학과라고 써있는 것을 보자 아저씨 표정이 밝아보이지 않았습니다.

1분이 여삼추였던 시간이 십여분쯤 지난 뒤 앞서 제가 끌려가는 것을 본 선배가 조선공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선배와 함께 대공분실에 들어왔습니다. 그 대학원 선배가 어떻게 잘 얘기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잠시 뒤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1985년 1월 그해 겨울 전두환 군사정권이 대학가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던 무렵  대공분실에서 구해준 선배들 덕분에 저는 방학을 따뜻하게 보낼수 있었습니다.
2009년 1월 올 겨울.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해졌다고 하는데도 겨울은 겨울이네요. 10년뒤 20년뒤 아마 저는 2009년 겨울을 생각하며 써클 선후배들이 있어 '그해 겨울도 따뜻했네'라고 하며 혼자 중얼거릴지 모르겠습니다.

200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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