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팝업닫기

노종면 옥중서신

YTN마니아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노종면 위원장 옥중서신 [10신]

마니아 편집팀 | 2010.03.21 | 조회 13856

snap04.jpg

<10신>


내일이면 이곳을 나선다. 여드레 만이다. 꽤 적응이 됐는데 구치소는 어떤 느낌일까?

오늘 ‘선물’받은 시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외우지 못해 보고 적는다.)


모든 장소들은 생생한 걸 준비해야 한다.

생생한 게 준비된다면 거기가 곧 머물 만한 곳이다.

-정현종, ‘장소에 대하여’ 중에서


나는 이곳 유치장에서 살아있음을 어느 때보다 강렬히 느낀다.
저들이 죽이고자 마련한  곳에서 시인이 노래한 ‘장소’를 깨닫는다.


오 장소들의 지루함이여,

인류의 시간 속에 어떤 생생함을 한번이라도 맛볼 수 있는 것인지...


오 시인이여, 생생함이 넘치는 장소에서 또한 생생함 넘치는 장소를 옮기려 하니
‘참으로 드문 은총’ 아니오?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가령 사랑하는 마음은 문득 생생한 기운을 돌게 한다.

슬퍼하는 마음은 항상 생생한 기운을 일으킨다.

올바른 움직임은 마음에 즐거운 청풍을 일으킨다.


나를 가둔 이들이여, 너희들 무엇을 사랑하며, 무엇을 슬퍼하며, 또 어디로 움직이는가?


당분가 나는 감시 카메라의 반복 회전이 지배하는 무한 공간에 머물 것이다.
이곳에서 나는 밥 때를 기다려 허기를 키우기보다 나를 가둔 저들에 대해 연민을 키우려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참으로 드문 은총’을 받았으니 못할 것도 없다.


자, 늘어지게 자자. 일어나 구치소로 가자.
구치소를 나설 때 전리품으로 연민을 손에 쥐어보자.
그때는 저들을 적어도 그들이라 할 수 있기를...


2009년 3월 29일 자정 / 구본홍저지투쟁 255일 / 노 종 면

본 웹사이트의 게제된 모든 이메일 주소의 무단수집을 거부하며, 자세한 내용은 하단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이메일을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 판매, 유통하거나 이를 이용한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 50조의 2규정에 의하여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01. 누구든지 전자우편주소의 수집을 거부하는 의사가 명시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자동으로 전자우편주소를 수집하는 프로그램,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전자우편주소를 수집하여서는 아니된다.
02. 누구든지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수집된 전자우편주소를 판매·유통 하여서는 아니된다.
03. 누구든지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수집/판매 및 유동이 금지된 전자우편주소임을 알고 이를 정보전송에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