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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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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호] 잠들지 않는 한라산

마니아 편집팀 | 2010.12.12 | 조회 13419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을 올랐습니다.

해직기자로서는 대한민국의 가장 높은 곳에서 '공정방송'을 외치고 싶었고, 아빠로서는 이제 4학년인 큰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러넣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주시내를 출발할 때만 해도 날씨가 좋았는데 막상 한라산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정말 제가 산에만 가면 비가 오네요ㅠ.ㅠ 기우제가 필요없겠습니다^^)

아침 7시반 성판악(해발 750m)에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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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비옷을 사 입었습니다... 행동하는데 많이 불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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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이미 밝았지만 숲속은 어두컴컴했습니다. 하얀 비옷이 더욱 하얗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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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까지 짙게 끼어 어느덧 '전설의 고향'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옆에 가던 어느 분이 일행에게 농담삼아 말했습니다 "마치 저승 넘어가는 분위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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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간을 올라가자 비닐 옷 안에 땀이 차서 너무 더웠습니다. 그래서 비옷을 벗었습니다. "아예 비 맞고 가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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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4시간째(11:30) 진달래밭 대피소(해발 1,500m 조금 못 미침)에 도착했습니다. 성판악부터 여기까지 7.3km를 걸어왔고, 앞으로 정상까지는 2.3km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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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밭 대피소에서 파는 사발면~~~ 이 높은 곳까지 직접 옮겼을텐데 끓는 물 부어주고 1,300원이면 참 착한 가격이라 생각돼 하나씩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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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면 먹고 힘내서 다시 출발. 쉬는 사이 몸이 식어 다시 비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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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더 올라가니 비가 그치고 우리는 농무 속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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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속에 있어서 잘 몰랐지만 바깥에서 보면 여기가 아마도 구름 속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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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 속을 더 걸어올라가니 저 위쪽에 밝은 햇살과 파란 하늘이 나타났습니다. 늘상 접하는 햇살과 하늘이건만 이곳에서는 어찌나 밝고 파랗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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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하던 아들도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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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구름을 뚫고 나왔습니다. 구름 위 세상은 구름 아래 세상과 너무도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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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덮은 운해를 바라보며 한 컷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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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래도 더욱 아름다운 것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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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동료들과 함께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고 있는 매 순간. 제게 가장 힘이 되고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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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세상에서 갈갈이 찢긴 마음을 이곳에서 추스립니다. 그리고 이 높은 곳에서 다시 우뚝 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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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5시간 30분째(13:00). 한라산 정상(해발 1,950m)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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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서면 올라오는 동안의 힘듦을 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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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이 금지된 저 아래에 백록담이 성스럽게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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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먼저 '공정방송' 사진을 찍자고 보챕니다. 아마 제가 먼저 말을 꺼내기 쑥쓰러울 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남편 잘못 만나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미안했고, 또 그 아내가 활짝 웃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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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쑥쓰럼을 타던 아들도 곧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아빠의 미안함을 덜어주기 위해 애써 웃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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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악법 폐기하라"

사사오입 이후 대한민국 국회의 최대 수치인 7월22일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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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 부근의 어느 바위... 지난 1년간 수없이 부른 '바위처럼'이 생각납니다.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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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때 예쁜 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올라올 때는 그 존재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꽃잎마다 풀잎마다 맺히는 빗방울을 보며 생각을 고쳐봅니다. 한라산 구름 아래 내리는 빗줄기를 왜 시련이라고만 생각했을까? 메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단비라고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동료들과 함께 '공정방송'이란 가치만 쳐다보며 고락을 함께 해 온 지난 1년여 시간. 그 시간을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도 이젠 시련이 아니라 단비로 생각하면서 좀 더 여유를 갖고, 마음의 메마름을 적셔가면서 싸워가야겠습니다.  

글 / 사진 : YTN 조승호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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