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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기자와 거리의 프리마돈나

마니아 편집팀 | 2010.12.12 | 조회 14606

해직기자와 거리의 프리마돈나

글 / 사진 : YTN 서정호 조합원


  “문화가 따뜻한 나라”

  문광부 앞에 걸려 있는 글이다.


  몇 년 동안 70만 원의 월급으로 연습생 시절을 보낸다. 그러다 지난 해 3월, 한 장의 해체통지서로 해고된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 뚜렷한 사유도 없이 45명의 단원들은 그날부터 거리의 프리마돈나가 됐다. 노래대신 구호를 외치고, 히브리 노예의 노래를 길거리서 부른다. 그들에게 있어 이 나라는, 문화가 차가운 나라다.


  해고? 그럴 만도 하다. ‘전국이 공사소리로 시끄러워야 하는 것’이 한 나라 대통령의 상식이니, 삽과 불도저 소리가 사람 선율보다 아름답게 들릴 것은 이 정권에 있어서도 당연한 상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하에 배부른 노래를 부르는 자들이 얼마나 마뜩찮게 보였을까? 채산과 경쟁 등만 숭상하던 사고에선, 문화적 감성의 깊이는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만다. 그것은 다분히 계륵 같기도 해, 해체 등의 손질을 거쳐 휴지통에 내 던져도 큰 상관은 없는 것이다. 천박하다. 아무리 돈과 물질 등을 떠받드는 배금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더라도, 예술적 감성의 생명은 처소 구석구석에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서구가 그랬다. 자본 또는 기계주의가 판을 쳤던 사회에, 낭만주의가 꽃을 폈다. 요컨대 물질숭배가 테제였다면 안티테제는 낭만주의가 됐던 것이다. 물질에 대한 반성과 정신에 대한 반성이 교통됐다. 정합된 규정은 없었다. 단지 신-테제를 위한 소통만이 중앙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 사회가 어떠한 소통 없이 한 장의 해고통지서와 법치 등의 사유로만 규정 되는 곳이라면, 우리 사고는 경직된다. 그것에 편승한 문화도 파시스트만을 위한 외적 치장의 꽃놀이패 역할 밖에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만일 낭만주의 사조가 현 정권 하에 소환된다면 정권의 권력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아우슈비츠 이후의 모든 서정이 치욕이라는 고백처럼, 해고된 모든 언론과 예술인의 복직 없는 ‘따뜻한 문화’의 선언은, 그 자체로 치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히브리인들은 그런 노래를 불렀다. 70년간의 바벨론 포로 생활을 끝내고 고향 땅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염원의 노래. 3천여 년이 지난 지금 국립오페라합창단원도 그 노래를 부르고 있다. 눈을 낮춰 관객과 소통해, 거리의 프리마돈나가 돼 무대의 향수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 음악회’는 그렇게 시작했다. "미혹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희망하는 자는 여전히 행복하다" 파우스트도 객석 어딘가 앉아 합창단원들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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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인 '희망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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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곳은, 현덕수 선배의 누님께서 근무하고 계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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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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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을 채우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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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의 막이 오른다. 우측에 착석해 있는 합창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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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투위와 해직된 언론인, 그리고 화가 김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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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각계에서 해직된 기자, 화가, 그리고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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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 3월에 해직된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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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즈 속으로 YTN의 해직 기자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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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사랑으로' 라는 노래를 합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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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합창단에 대한 간단한 인사말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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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 단원들이 지휘에 맞춰 합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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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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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피아노 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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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를 든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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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박수 치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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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무거워진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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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치고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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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돼 주세요!"
관객들이 45개의 장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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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 오랜만에 올라 선 작지만 큰 무대.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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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장미 꽃, 예쁘게 빛나고 있다.


객석에 앉은 파우스트를 향해, 메피스토는 이렇게 말한다.

"방황해보지 않고는 진실에 이를 수 없어"

아, 잔인하지만 진실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어쨌든 각계의 해직자 분들과 함께한 '희망 음악회'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짝짝짝~ ^^*


- 글 / 사진 : YTN 서정호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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