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11시.
대한문 앞 조문객 행렬은 끝없다.
시청역에서 시작된 조문행렬은, 코리아나호텔을 넘어 대한문에 이르기까지, 인산인해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만 네 시간.
같은 시각 서울 역사박물관 분향소에는, 단지 십여 명의 조문객만 분향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한문에서 도보로 불과 십여 분 거리.
넓고 쾌적한 정부의 공식 분향소다.
경찰은 이날 오후까지 전경버스 30대로 대한문 부근을 차단하고 있었고, 무장전경 700여명으로 보행을 통제했다.
또 올 초에 구입했다는 신형 물대포도, 보란 듯 덕수궁 어느 구석으로 배치시켜두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것이 두려워 파쇼적 권위를 행사하려는 것일까?
국화를 든 시민의 조문 행렬을 향해?
제도가 강압하려는 시스템의 복종은 기실 허상이다.
진실은 살아있어 운동력이 있다.
몇 줌 권력이 만든 체계에, 결코 예측되어 결박되지 않는다.
정부의 공식 분향소 권위가 천막 없는 시민의 분향소를 따라갈 수 없는 이유가 거기 있다.
고졸 출신 시골 촌뜨기가, 천 삼백여만 표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 있다.
제도가 선언하려던 권위 속에서의 판단은 망상이다.
양처럼 순종하라는 권력의 강압은 빅 브라더의 세계에서나 통용된다.
막으면 사라지리란 예측도, 누르면 없어질 것이란 판단도, 네 시간을 기다리는 조문행렬의 시민들에겐 의미가 없다.
제도의 오판은 사망했다.
'케사레보르지아'는 주검을 부르고 있다.
글 / 사진 : YTN 서정호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