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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균] 제주 2박 3일

마니아 편집팀 | 2009.04.13 | 조회 1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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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수 해직기자의 아버님은 제주도의 한 키 작은 성당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성당 맞은편엔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학교 담장이 없어 길가에서도 학생들이 한가로이 축구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초등학교를 김선중 비대위 부위원장 부인이 나왔다고 조승호 해직기자가 설명해 주었습니다. 김선중과 조승호는 제주도 사위입니다. 제주도 사위 조승호의 제주 가이드는 거기까지였습니다. 2박 3일 제주에서 성당과 성당 근처 여관방에서만있었기 때문이죠.

  

덕수의 아버님은 마지막 추자도 중학교 교장선생님까지 평생 교육자 길을 걸었습니다. 성당 한 켠 신도들이 이용하는 식당에 마련된 빈소엔 아버님 제자들의 문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전 막내아들 덕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할 말이 있으니 시간이 되면 제주로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가 덕수가 집에서 경찰에 의해 부당 체포되기 바로 전이었습니다. 아버님은 덕수에게 뭐라고 말씀하려고 했을까요? 아들에게 이미 드리운 검은 구름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버님은 덕수와 가족들에게 유언 없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노종면 위원장이 조문을 하자 덕수 어머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의 아들 덕수가 체포된 뒤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 나왔을 때 위원장이 함께 풀려나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면서 위원장과 조문 온 조합원들에게 오히려 용기를 주었습니다. 덕수 어머님과 부인 그리고 두 형님과 두 누님 모두 YTN 노조와 덕수의 투쟁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YTN 식구들은 덕수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잠을 잤습니다. 첫날은 15명, 둘째 날은 9명이 큰 방에서 함께 잤습니다. 첫날밤은 위원장이 있어서 인지 새벽까지 15명이 여관방에 둥그렇게 앉아 토론도 하며 대학교때 MT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둘째 날 냉수 김종욱 선생이 제주를 방문했습니다. 낮부터 술을 마신 냉수 선생은 성당앞 주차장과 제주 탑동 술집 등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12시가 다 돼 여관방에 해직기자 4명(승호, 석재, 유신, 장균)과 이승주, 박희천, 김정원, 고재형 그리고 냉수 선생이 다시 모였습니다. 술을 좀 먹다 정원이가 재형에게 술 한잔 사겠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냉수 선생은 둘을 ㅉㅗㅈ아 밖으로 나갔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두 기자는 냉수 선생의 추격을 직감하고 핸드폰을 이미 꺼논 상태였습니다. 여관방에선 냉수 선생이 나가자마자 불을 끄고 취침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20분 뒤 냉수 선생이 홀로 여관방으로 돌아 왔습니다. 불을 켜지 않고 여관방 구석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종욱 : (우는 듯한 목소리로) "덕수 형, 나 종욱이야, 나 거기 가면 안 될까?"

덕수 : "거기 있는 사람들이랑 술 먹지 왜"

종욱 : (더 불쌍해 보이는 어투로) " 씨~ 다 자빠져서 자고 있단 말이야. 형 나 성당가고 싶어, 나 성당가면 안 돼?" 

덕수 : "새벽 두시가 넘었어, 내일 발인 미사도 해야 돼잖아"

종욱 : "덕수 형, 내가 형 사랑하는 거 알지"
그리고 냉수 선생은 곧 탱크 지나가는 소리를 내며 꿈나라로 갔습니다.

제주 햇살은 따사로웠지만 바람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미당 서정주는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삼다도의 바람도 몇 할이 될지 모르겠지만 해직기자 현덕수를 키웠겠지요. 바람이 부니 성당 앞 벚꽃나무 세 그루에서 꽃잎들이 흩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눈꽃이 키 작은 성당을 덮어 놓은 듯했습니다. 덕수의 쌍둥이 아들이 덕수 부인 머리위에 내려앉은 벚꽃 잎을 떼어주고 있었습니다. 연분홍 치마처럼 벚꽃이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4월 제주에서 2박 3일. 2009 해직기자의 봄날은 그렇게 갔습니다. 


2009. 4. 9. 글 작성 : 우장균 / (사진제공 :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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