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호입니다. 지난 14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밤 9시20분쯤 바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일을 다른 분들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청계천 입구에서 차벽을 놓고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전교조 조합원으로 집회에 참석한 집사람과 함께 있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다수 있었고요.. 그 때 눈에 익은 로고가 들어왔습니다. YTN 카메라였습니다. 카메라기자와 오디오맨이 바로 제 눈 2m 앞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기자는 행사 때 인사를 나눴던 막내기자였습니다. 막내가 시위대 틈에 섞여있는 저를 알아볼 수는 없었겠지요. 저도 선뜻 아는 체 하기가 꺼려졌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괜히 방해되지는 않을까 싶어서..(해직자의 트라우마라고 이해해 주십시오). 그냥 ‘후배들이 열심히 하고 있구나’ 뿌듯하게 생각만 하면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켜보는 저를 집사람은 다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시위참가자가 YTN취재진에게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아마도 이 자리로 오기 전에 시비가 있었고, 취재진이 그 자리를 피해 여기로 왔는데 그 사람이 쫓아온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은 욕설을 했고, 카메라기자는 묵묵히 사다리에 올라가 촬영을 했고, 오디오맨은 그 사람을 막고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말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오디오맨에게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그러자 저와 집사람을 비롯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사람을 막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시위 참가자가 개인적으로 흥분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놀랐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은 흥분한 그 사람을 제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YTN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제 귀에 뚜렷이 들린 그 비난들... “YTN 너네가 무슨 언론이야?” “보도 똑바로 못하니까 욕 먹는 것 아니야?” “화면 찍어가면 뭐해? 뉴스에 나오지도 않을 건데” “보도도 제대로 못하면서 여기는 왜 왔어?” 등등... 카메라기자와 오디오맨은 그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광우병 촛불집회 때 시민들로부터 “YTN 불꺼라” 소리를 들은 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렇지만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을 막으며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를 보이자 시민들은 “그래도 너희가 노력은 하는구나”라며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시민들에게 욕설을 들으며 쫓겨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흥분한 그 시위참가자의 폭력은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일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변에 있던, 그 사람을 말리고 제지하던 일반 시민들이 YTN 취재진을 향해 그런 비난을 퍼부은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그 막내기자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런 욕을 얻어먹어야 합니까? 선배들이 먹어야 할 욕 아닌가요? 아니, 정확히는 보도 책임자들이 먹어야 할 욕 아닌가요? 후배들이 현장에서 아무리 뺑이 쳐도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니까 우리 보도가 이렇게 욕을 먹고 시청률이 추락하는 것 아닌가요?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보도를 제대로 못한 책임으로 욕을 먹어야 한다면, 그것은 막내기자가 아니라 사장과 보도국장이 먹어야 합니다. 그걸 애꿎은 막내기자와 오디오맨이 대신 먹었습니다. 정녕 당신들은 부끄럽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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