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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제작자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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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돌발영상 | 2009.04.24 | 조회 8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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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크루스테스는 여느때처럼 피묻은 도끼를 챙겨들고 '자신이 정해놓은 자신의 영역'을 둘러본다. 
   그리곤 '자신의 영역'을 지나는 길목을 하루종일 지켜선다.

   드디어 한 행인이 길목을 지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재빨리 행인을 막아선다.

   그리곤 지나지 말아야 할 길을 지나려 했다며 행인을 체포한다.

   행인은 처음에는 "이 길은 만인이 공유하는 길이며, 따라서 누구나 지날 수 있는 길이며, 내 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이다" 라고 항변해본다.   

   그러나 이내 프로크루스테스의 날선 도끼와 거대한 몸집에 눌려 프로크루스테스의 집으로 순순히 '연행'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놓여있다.

   행인을 강제로 침대에 눕게 한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의 몸 길이와 침대의 길이를 대강 견줘본다.

   행인의 몸 길이가 침대 길이 보다 길어서 다리가 침대를 벗어나 허공에 뜬다.

   그러자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 길이를 초과한 만큼의 행인의 다리를 가차없이 도끼로 잘라낸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금껏 행인의 키에 맞춰 침대 길이를 조절한 적이 없다.

   행인의 몸 길이를 침대 길이에 억지로 맞추는 방법으로 행인의 행위를 측량하고, 죄를 지었음을 선고하고, 형을 집행했다.

   어느 키 큰 행인은 그래서 머리가 잘려 죽기도 했고, 반대로 어느 키 작은 행인은 가슴과 다리가 억지로 늘려지는 고통을 겪으며 죽기도 했다.

   행인들은 대개 가족들 먹이고 입힐 것들을 변통해 오기 위해, 혹은 오랫동안 못 본 친구나 친치의 안부를 묻기 위해 그 길을 다녀와야만 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삶을 위해서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을 가려했던 수많은 행인들은 프로크루스테스의 말도 안되는 '침대법'에 매우 억울해 하면서 죽었다.

   '누구나 갈 수 있고 가야만 하는 길에 대한 프로크루스테스의 독단적 통행금지 조치'에 분노하며 죽었고, 날선 도끼와 거대한 몸집에 눌려 정당한 목소리를 끝까지 주장하지 못한 자괴감에 치를 떨며 죽기도 했다. 

   무엇보다 영문도 모른 채 가장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 얼굴을 떠올리며 죽음보다 더 큰 슬픔도 느꼈을 터이다.    

   그래서 그 수많은 행인들의 수많은 가족들은 울분과 분노, 슬픔에 피눈물을 흘렸고, 수많은 행인들의 수많은 친구들은 복수심에 불타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행인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울분과 슬픔은 그 울분과 슬픔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거인 프로크루스테스의 피묻은 도끼 앞에서 그에 맞설 무기로 기능하긴 힘들었다.   

   누구는 아예 프로크루스테스의 길에 얼씬도 않으면 된다고 자위했지만, 그 길을 다녀오지 않고서는 소박한 삶 조차 제대로 영위하기 힘들다는 반론이 더 컸다.

   피묻은 도끼와 융통성없는 철침대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혹여 프로크루스테스가 수많은 슬픔과 분노를 뒤늦게나마, 그리고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지 않을까, 혹여 프로크루스테스가 정당하고 상식적인 주장에 뒤늦게나마, 그리고 조금이나마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행여 하는 기대를 하며 그 길을 걷다가 결국은 인정사정 없는 피묻은 도끼에 끌려간 뒤 융통성 없는 철침대에 눕고 말았다.  

    그래서 가족들의 피눈물은 이후에도 마를 날이 없었고, 프로크루스테스는 자신의 힘에 여전히 흡족해하며 이후에도 도끼날을 다듬었던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그리스 신화를 내 나름대로 조금 각색해서 구체화해봤다.

프로크루스테스가 실제로 있었다면 대충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게다.

   신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다른 이의 행동과 가치관을 미리 짜놓은 일방적인 기준에 맞춰 함부로 재단하고 강요하는 폭력성을 지적한다.

   때로 개인의 혐의에 대한 사실 여부 보다는 처벌만을 염두에 둔, 사전 계획된 법적용과 법집행을 비판하는데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아주 멀고 먼 나라 그리스. 그것도 현재가 아닌 신화 속 이야기다.

   먼나라 그리스의 신화 시대는 분명 2009년 대한민국과는 시공간 상으로 전혀 상관없다 할 정도의 상상적 개념에 불과할 터이다.

   대한민국 어느 한 방송사에서 14년 동안 참으로 열심히 일했고 참으로 잘 나갔던 한 기자.

  평범함과 상식, 소박한 삶을 위해서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을 걷다가 해직되고 급기야 철창 속에 갇힌 한 기자.

  지금은 그 철창 안에서 하루하루를 병상의 딸을 그리며 버티고 있는 2009년 대한민국의 노종면. 

  그가 그리스 신화 속 철침대에 누워 있는 건 아닐까' 자꾸 드는 생각 또한 상상적 개념에 불과하다고 애써 냉정해본다.

   업무방해...33명 징계...19명 고소...재승인...

   나아가 미네르바...PD수첩...해직된 교사들...촛불 재판...용산 참사 이후의 조치들...

   사람 길이를 침대 길이에 맞추는 그 인정사정없는 철침대가 자꾸 떠오르는 것 역시

지나친 과장이라고 자꾸 냉정해본다.
 

2009년 3월 31일 / 임 장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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