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졸함으로 재개한 돌발영상
6개월 만에, 어느새 낯설어진 편집기를 다시 잡았습니다.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마음을 다잡았지만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솜씨도 떨어지고 감각도 많이 무뎌졌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제 마음입니다. 아직도 해고된 상태인 선후배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한편으론 다른 어떤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혼재돼 있습니다.
슬픔과 분노가 혼재된 제 불안한 심리상태는 편집기를 만지는 제 손끝에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 방송 재개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작업을 더디게 합니다.
방송을 재개하기 전, 어느 뉴스 시간대에 돌발영상을 방송하는 것이 좋을지 훑어보기 위해 각 뉴스의 런다운이 자리하고 있는 편성표에 들어갔습니다.
'뉴스 오늘' , '뉴스 퍼레이드' , '뉴스 창'...YTN의 대표 뉴스 타이틀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어느 한 기자가 만들어낸 뉴스들이었습니다. 어느 한 기자에 의해 뉴스 제목들이 지어지고 전반적인 런다운 컨셉이 잡혀지고, 그 기자가 피디를 하고 앵커를 하며 정착된 뉴스들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돌발영상'도 만들어 놓았던 노종면이지요.
그가 현재의 YTN 방송의 근간을 다져놓고 얻은 대가는 아시다시피 해고입니다.
우장균, 조승호, 현덕수, 권석재, 정유신...이들이 YTN에서 어떤 존재들이었는지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돌발영상 부활...이들의 스러진 어깨를 발판 삼아 딛고 서서 위태위태 다시 선 듯한 심정입니다.
복직하던 날, 한 간부가 제게 밥을 함께 먹자고 했습니다. '유신이가 돌아올 때 까지 밥 안 먹겠다'고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6명이 돌아올 때까지는 간부들과 친한 척 안 할 것이라고...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과는 함께 웃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습니다. 내가 먼저 그들에게 등을 돌린 게 아니라고...동료들이 체포되고 구속됐는데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지금도 어떻게 다른지는 모륵지만), 다른 대부분의 동료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임한 합법 파업까지 외면한 순간, 그들이 먼저 저에게 인간적 관계를 끊을 것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제가 옹졸한 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옹졸한 게 맞습니다.
옹졸해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라도 마음이 넓은 척 하려 했지만 잘 안됩니다.
이 옹졸함 때문에 앞으로도 당분간 모니터 앞에서, 편집기 앞에서, 부조정실 앞에서, 저도 모르게 순간순간 슬픔에 빠지고 분노에 떨면서 작업 속도를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슬픔과 분노에 갇혀있는 제 옹졸함을 하루빨리 버리고, 우장균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권석재와 함께, 그리고 '돌발팀' 유신이와 함께 진정한 돌발영상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 다시 '정직 몇 개월'이라는 말들이 입에 침도 안 바른 '화합'이라는 단어와 함께 들리면서 제 옹졸함이 옅어 지기는커녕 더욱 짙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 글 작성 : YTN 임장혁 조합원 (돌발영상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