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영상 '특권' (2006년 2월 13일자,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이 강조한 것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그 스스로 모든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지위에 오른 후부터 많은 특권을 내던졌다.
언론을 좌지우지할 특권을 버려서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검찰을 부릴' 특권을 버려서 여러 차례 검찰의 칼날 끝에 서기도 했다.
'밀실' 또는 '막후'를 통한 특권에 결벽증이 있는 듯 했다.
그런 특권들을 버림으로써, 그 특권들을 누려왔던 세력에게 5년 내내 두들겨 맞고 멍들어왔다.
지지도가 한창 하락할 무렵, 임기 1년 반 정도를 남긴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뒤편 북악산을 '시민들과 함께' 오른다.
'김신조' 등의 북한 게릴라 청와대 기습사건 이후 38년 동안 통제됐던 북악산이 개방된 것이다.
"저 혼자 누리기가 미안했습니다."
냉전시대의 상처인 북악산 통제가 어찌 보면 권력자에게는 산 전체를 혼자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일 수도 있겠다.
그 특권을 혼자 누리는 것이 미안하기 때문에 산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자 한다는게
노 전 대통령이 말하는 38년만의 북악산 개방 이유다.
냉전시대에서 생산된 '안보'는 시민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명분이 돼 왔고, 그 통제는 어쩌면 냉전시대를 제도적으로 이끌어왔던 세력에게는 '특권 유지'의 버팀목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북악산 통제의 특권을 버림으로써, 노무현은 냉전이 만든 특권층의 특권들이 함께 버려지길 바랐던 건 아닐까 싶다.
시민들과 산을 즐기던 노 전 대통령의 눈에, 높고 거센 바람을 견디며 날고 있는 먼 창공 위의 '줄연'이 들어온다.
맨 꼭대기 연 하나의 힘으로 수많은 다른 연들을 이끌어 날고 있다는 설명에, 그 맨 꼭대기 연, 대장연이라 불리는 '연들의 지도자'가 맘에 꼭 들었나보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다른 수많은 연들을, 특권이라는 높고 거센 바람과 맞서 싸우며 다른 연들을 이끌고 더 높이 날아오르려는 대장연.
그 연에 유달리 애착이 갔던지, 노무현은 연 주인에게 조심스레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소박한 특권을 내비친다.
"이거 저 주세요!"
그리고 연을 받아든 노무현은 당시 '하필' 이런 인사말을 남긴다.
특권을 다 버리고, 소박한 특권 하나를 소중하게 받아들고 돌아서며 하필...하필 이런 말을 남긴다.
"수고들 하십시오...나는 갑니다...!"
- 임장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