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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백 툰-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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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서화백 | 2009.04.02 | 조회 8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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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우리는 극장에 갔다.

우리가 만든 피켓을 들고, 또 우리의 구호를 외쳤다. 우리가 주인공인 영화를 틀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었다. 모든 것이 가짜 같았다. 차가운 바닥 대신 안락한 의자, 어울리지 않던 장소의 착각.


행복한가? 헤세가 물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기쁨과 염려가 교차되는 일상의 삶 속에서, 지혜자만이 행복을 쌓을 줄 안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한가?


모르겠다.


불이 켜지고 객석이 소란했다. 문을 열자 태양은 여전했다. 우리 마음은 투쟁일념으로 이내 뜨거워졌다. 근심 불안, 또 환희와 밝음의 사계절. 장소의 불협화음보다 감정 변이가 더 심했던 지난 투쟁의 나날들.


우리는 어디 서 있는가? 가짜 같던 4월 1일의 어느 때, 태양은 머리를 내리 쬈다. 택배기사가 차량 사이를 비집고, 성난 운전자가 경적을 울렸다. 소란한 열차 바퀴는, 차분한 객석에 마뜩해 하고 있었다. 생기 없는 노인이 물었다.
'사라질 희망을 안고, 당신 방랑자들은 고난의 여행을 떠났었군요.'
창에 비친 명랑한 아이가 입을 열었다.
'집 주변을 맴도는 것 보단, 고난의 여행이 더 났습니다.'


모든 여행의 종착지는 고향이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던 빈손의 허무. 그러나 모든 것은, 기억장치처럼 상흔 위에 기록 돼 있다.


지쳐 피로해, 잠을 청하려 이불 속에 들어갔다. 몸을 돌려 벽면을 바라보니, 어느덧 성숙해 있는 자신이, 극장 좌석에 앉아 무색하게 질문하고 있었다. 행복한가? 즉자로선 알 수 없지만, 타자로서는 행복, 요컨대 연대로선 행복하다 대답한다. 그렇다. 얻은 것은 동지다. 그것은 한 덤의 행복보다 높고, 또 한 치의 환희보다 크다.


이윽고 조명이 꺼졌다. 영화가 시작됐다. 그 사이, 방랑자는 눈을 감아 내일을 꿈꾼다. 모든 것이 거짓 같던 만우절, 우리는 극장에 앉아 우리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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