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히 흐르는 남강, 기다리는 사람들
순례 12일차, 오늘은 부곡으로 향하는 길
남강의 다리 위. 벽화가 그려져 있다.
농기 때 젊은 청년들인지, 서로 도와 협력하는 모습이다. 조합의 구성과 닮아 있다.
표정이 개구진 정유신 조합원.
뭔가를 관찰하고 있는 얼굴이다.
아하, 들여다보니, 황소 한 마리. 녀석도 흥미로운지 상대방을 주시한다.
등짝에는 '최강'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름인지 뭔지는 알 수 없다.
고된 보행에 웃음을 주는 친구.
오늘도 비는 없다.
기상청은 장마 예보에 민망했던지, 마른장마라는 식으로 표현을 했다.
어쨌든 순례단으로서는 반가운 날씨다.
스마트 폰을 쓰지 않는 조승호 조합원, 전날 그린 지도를 찬찬이 살피고 있다.
손으로 쓰고 그리고, 우리는 본래 그렇게 살아왔다.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스마트 폰.
진주MBC의 정대균 전 위원장. 파업으로 해직이 되었다가 최근에 복직했다.
투쟁 격려로서 순례단과 며칠을 함께 하고 있다.
국도변. 보행이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차량이 쏜살같이 지나가거나, 걷고 있던 길이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길로 접어들면, 순례단은 언제나 한 줄로 걸으며 보행에 주의한다.
아늑한 한옥이 인상적이다. 순례단과의 사이에는 소 나무 세 그루가 세워져 있는데, 우직한 그들과 닮아 있다.
십 분 간의 휴식. 오십여 분을 걷다보면, 휴식이 주는 달콤함이 기다려진다.
보행의 노고도 잠깐동안 사라지는 것만 같다.
제법 울창한 산림에 들어섰다. 이제는 언덕길.
전신주가 도열히 순례단에 손 흔든다.
초록이 한창이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거나,
비지땀을 딱으며 언덕을 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이 있어서 즐겁다.
꽃도 아름답지만, 꽃 보다 아름다운 것은 역시 우리들이 아닐지.
김종욱 위원장의 발걸음이 당차다.
제법 걷는 사람답다.
단단한 표정의 노 전 위원장.
도보 중에는 전화나 문자 등이 금지 되지만, 짧은 휴식시간 때 만큼은 허락된다.
휴식시간을 활용하여 세상과 소통을 하고 있는 노 전 위원장.
도로는 언덕을 넘고 평지를 지나, 때로 마을과 닿는다.
굽이굽이 순례길은 사람의 삶과도 닮아있어, 차분한 깨달음을 말해 주기도 한다.
오래된 거목.
그 아래 한 사람은, 그가 쓴 이정표를 내려다 보고 있다.
나무는 자신과 닮은 그 사람을, 또한 내려다 보고 있다.
장난끼가 발동한 정유신 조합원. 그가 찍은 사진은 다름아닌,
이런 모습.
잠시 쉬고 걷기를 한 나절.
오늘이면 부곡을 지나, 내일이면 조합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며 부곡으로 향하는 순례길은 보다 가벼워 지고 있다.
언론이 외면한 '미디어 피폭지'를 찾아 다녔던 지난 2주간은, 소중한 깨달음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높은 곳의 외침이 아닌 낮은 자들의 울음을 듣게 해 주었고, 외려 그들로 부터 격려를 받았던 시간들.
여성 최초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언론인 마거리트 하긴스는 수상 소감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세상을 밝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스스로 불꽃이 되거나, 다른 하나는 그 불빛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지금, 세상을 비추는 거울(episteme)이 되기 위해 수만리 길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