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순례14일째]
4대강 공사 피해...수박 농민의 한탄
-합천보 주변 수심, 실제로 6미터에서 50센티미터로!
-4대강 공사 이후 농사 망치고 빚 떠안은 수박 농가의 사연
-언론의 체계적 취재 이뤄졌으면...
YTN 해직기자들의 공정방송을 위한 전국 도보순례 14일째인 오늘(23일), 순례단은
낙동강을 찾아가 합천보에서 경북 고령까지 15km 정도를 걸으며 4대강 공사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현장들을 취재해봤습니다.
합천보의 주변의 수심은 공사 이후 모래톱의 퇴적 현상때문에 극도로 낮아졌고,
인근 수박 농가들은 농사를 아예 포기하는 실정에 이르렀습니다.
그 실태의 극히 일부지만 해직 순례단이 알게 된 4대강 공사 피해들을
사진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제대로 된 취재장비와 취재인력이 동원된다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사실들이 훨씬 더 많이 드러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4대강 공사 이후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낙동강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곳은 합천보입니다.
합천보 바로 아래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공사 이후 수심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말을
확인하기 위해 수심을 대강이라도 짐작해보려고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이 곳은 원래 수심이 6미터가 돼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얼핏 봐도 모래와 뻘이 쌓여 6미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안쪽으로 꽤 걸어들어갔는데도 물은 깊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수심 6미터는 커녕 50센티미터 정도입니다. 자칫 또 돈을 들여서 모래를 퍼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북 고령으로 이동했습니다. 4대강 공사 현장 주변 농가들은 별 문제가 없는지
찾아가봤습니다. 근처에 수박 농사를 짓는 농가가 있다는군요.
원래 수박밭이 있었던 곳이라는데...지금은 좀 이상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이 곳에 터잡고 4년 동안 수박을 키워 살아온 주민입니다. '고령 그린 명품 수박'을 수확해
내면서 만족하며 살았다 합니다. 그런데 4대강 공사 후 수박 농사를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2년여 전, 공사 진행과 함께 밭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고난이
시작됐다는군요.
공사가 본격화되자 수박밭에는 잎마름 현상이 찾아왔습니다. 수박 잎이 바짝 말라
죽어버렸습니다. 2백 평 규모의 하우스 전체에 심어져 있던 수박들이 죄다 잎이 마르기
시작했다 합니다.
이 농가 뿐 아니라 고령 일대 십만 평 이상의 밭이 잎마름 현상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밭과 들의
습지화 때문으로 보입니다. 4대강 공사의 영향으로 주변 땅 농지 밑의 지표수가 높아져 물이
차기 시작해 땅을 조금만 파도 물이 솟아난다는군요.
잎이 마르니 당연히 수박이 엉망이 될 수밖에요. 농구공만하던 수박이 핸드볼만하게 작아졌답니다. 밭떼기로 계약을 하고 상인들에게 수박을 팔아왔는데 수박이 그모양이니 고스란히 계약금을 돌려줘야 했고, 4대강 공사 이후 2년 연속 빚을 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농협에 하소연했더니 이 지역만 빚이 늘고 있다는 말을 하더랍니다.
이 지역 수박 농가들이 모두 15억 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는게 주민의 말입니다.
4대강 공사 전에는 이 지역 농가의 90퍼센트가 수박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60퍼센트로
줄었다고 합니다. 잎마름 현상이 정말 4대강 공사의 영향인지 확인이 됐나 물었더니
관계 기관에서 이달부터 조사를 시작해 9월에 결과를 내놓는데 조사 비용을 수자원공사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신뢰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이밖에도 순례단이 둘러본 4대강 공사 이후 낙동강 여기저기서...눈으로만 봐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감을 느낍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대한민국 언론사들의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취재가
이뤄지면 더 구체적인 실상들이 수없이 드러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중앙 방송들에서 제대로 보도 안 합디다. 지역 어르신들은 지상파 뉴스만 보는데
'4대강 공사 믿어보라는 말씀만 하십니다. 요즘 믿을만한 방송이 하나도 없습니다. 4대강 농가 피해에 대해 언론이 관심 좀 더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어느 신문, 어느 매체에서 이걸 알려줍니까?" 수박 농사 포기한 농민의 하소연에 고개가 숙여질 뿐이었습니다.
2013년 6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