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순례9일째]
하늘과 땅 사이에 끼인 사람들을 만나다!
-송전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법원 승소 판결받고도 복직 불가
-언론은 노사관계를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정말 노사를 제대로 다뤘는가. 제가 과거 기사를 쓸 때 노사를
동등하게 다뤘는지 많이 반성이 들었습니다”
-6월 18일, 조승호 공정방송국토순례단장의 언론노보 인터뷰 중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다 해고된 YTN 동료들이 '미디어피폭지'를 찾아 나선지 어느덧 열흘째입니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많은 것을 느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더 멀고, 보고 듣고 느낄 것도 더 많을 것입니다.
순례 8일째였던 어제(18일), 해직순례단은 울산에 도착해 태화강역에서 현대자동차 공장 앞
송전탑까지 13km를 걸었습니다.
순례단이 간 송전탑에는 부당하게 해고된 뒤 대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고도 사측에 의해
여전히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장기간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입니다.
부당해고된 사람들이 부당해고된 사람들을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제 행군에는 YTN 조합원과 각 언론사의 동료 언론인들이 합류해 함께 걸으며
고통받는 노동의 실상을 함께 목격했습니다.
울산 태화강변입니다. 참 좋군요
이날 행군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일부만 소개해드리자면...
YTN의 열혈 기자 장아영 조합원...서울에서 출발해 막 도착
다리 부상으로 병원 치료 중인 하성준 사무국장 대신 긴급 투입된 김종욱 위원장과...
깃발 꽂아주는 사람은 EBS '지식채널e'의 설계자 김진혁 PD
시사인 고재열 기자
춘천MBC 박대용 기자와 울산 MBC 지부장 등...각 언론사 동지들(편집자가 성함을 다 몰라서...)
다른 날보다 걷기에 상쾌했습니다.
경치도 좋았고...
비가 올듯말듯...날도 뜨겁지 않았죠.
한참을 걷다보니...저 멀리 송전탑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걷기 좋은 날...저 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송전탑에 다다르자 여기저기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송전탑 중간에 붉은 천막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동자는 현장으로...' 글귀를 본 뒤 한참 위를 올려다보니...
그 곳엔 사람이 있었습니다...검게 탔지만 밝은 얼굴로...
지난 2010년 부당하게 해고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 씨와 천의봉 씨입니다.
오랜 법정 투쟁 끝에 지난해 대법원에서 승소해 복직판결을 받았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입니다.
오랜 기간을 대법원 판결만 바라보며 견뎌왔겠죠...그런데 그 판결에도 일터 복귀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그 절망감은 결국 이들을 이렇게 하늘과 땅 사이로 내몰았을 겁니다.
1.5평 정도 되는 공중의 작은 공간...여기에 이렇게 올라가 있은 지도 벌써 245일째입니다.
가족들 얼굴도 못 보고...제대로 씻지도 못하고...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보며...
그런데 언론인인 순례단도 여태껏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노종면 조합원이 올라가 계신 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먼저 건강이 염려됐습니다. "건강은 어떠신가요?"
대답은 이랬습니다. "누가 누굴 걱정하고 그래요?"
해고자가 해고자를 걱정하는...예상보다 밝은 목소리에 안도는 됐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가슴 한구석이 먹먹했습니다.
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조승호 조합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저 분들을 보며 지금 걷는 것은 훨씬 더 편하게 투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분들은
우리보다 더 미디어에 소외된 채로 싸워오셨다. 내가 힘들다고 하더라도 우리보다 더 힘들게 싸우는
사람을 보면서 숙연해진다. 저분들은 대법원에서 복직 판결까지 났다. 우리도 부당하게
피해를 봤다고 보는데 우리 이상으로 참 부당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 저분들도 빨리 제대로 해결돼서
내려왔으면 좋겠다"
" ‘이 길을 걷고 나면 무엇이 변할까’. 지난 YTN 사태를 되돌아 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혹시 어떤 부분에 미흡하지는 않았나라는 생각과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할까 등
여러 가지 생각 말입니다. 최소한 오늘까지는 다시 그 상황으로 가도 똑같이
할 것 같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앞으로 걸으며 더 생각해 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노사는 동반자 관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노동자는 사용자에 비하면 절대
약자입니다. 회사는 정부와 국가 기관 등의 힘으로 절대 강자에 서 있고...
아직까지 노사 관계가 정말 누구라도 입으로 평등한 관계라고 이야기 하려면 멀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정말 노사를 제대로 다뤘는가. 제가 과거 기사를 쓸 때 노사를 동등하게
다뤘는지 많이 반성이 들었습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이신 분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2009년 파업 때 YTN에도 와주셨던 노동전문가 하종강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