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순례 5일째]
함께 해주신 분들이 많아 힘이 났습니다.
-기업 살인법 제정을 함께 촉구하며..
-정의의 백가면에 이은 황토사나이의 출현!
"선배들이 걷는 이유를 조금씩 알 것 같다. 느리게 걷다 보면 빠른 취재차안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보게 되리라...목적은 분명하지만 '야마'는 정해지지 않은
선배들의 느린 취재가 무사히 잘 끝나시기를...!"
-한 YTN 조합원의 페이스북 글 중에서...
어제(14일) 하루는 가야할 거리가 멀어 당초 해직기자들만의 행군이 계획돼
있었지만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분들이 동행하고 응원하고 환영해주셔서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백가면에 이어 또 다른 조합원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구요.
좀 특별한 방식으로 순례단을 환영해주시는 기업 분들도 뵈었습니다.
유성기업이 있던 아산 부근의 성환역을 출발해 천안을 돌아본 뒤 온양까지
21km를 걸었습니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으나 제대로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현장들을
둘러보고 조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도 만나 대화도
나눴습니다. 산업재해에 대한 충격적인 수치도 알게 됐습니다.
고맙고 뿌듯했고, 의미있었던 하루를 사진으로 전해드립니다.
오늘 사진은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보내드립니다.(순례단이
워낙 여기저기 헤집고 다녀서 사진을 전해드리는 편집자로서는 도무지
어디가어딘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아침부터 햇빛은 사정없이 내리쬐고...
인간에게 광합성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
광합성의 힘으로 수염이 쑥쑥
단체 광합성 모습1
단체 광합성 모습 2
단체 광합성 모습 3
걸어걸어 도심으로 접어들 무렵...이들을 불러 세우는 한 시민
남편과 아이까지..해직자들 온다는 소식 듣고 먹을 거리 바리바리 챙기셔서
천안까지 마중 나온 청주 사시는 일가족
엄청난 양의 과일과 음료수...다 직접 재배하고 만드셨다는...함께 가져온
근육통 약도 만드셨다는데 뿌려보니 효과만점이었다는...
한 가구점 앞을 지날 때는...갑자기 뛰쳐나와 불러세우시는 사장님!
'일꾼들로 잘못 알고 그러시나보다' 돌아봤더니...
환영한다며 냉장고에서 막 꺼낸 얼음물을...
저희가 누군지 어떻게 아셨어요?
:인터넷으로 천안 온다는 소식 알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 가게 앞 지나가대유~
잔뜩 물배 차서 걷는 자들의 '속사정'이 어떨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분들 뿐만이 아닙니다. 다음은 어제 하루 해직기자들과 동행하고 응원해주신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알아보고 인사하시는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맨 오른 쪽 사진은 접촉사고 아닙니다. 경적 울리며 차를 세우시고는
힘내라고...응원한다고...
취재기자분도 동행..걷는 기자와 걷는 기자를 따라 걸으며 취재하는 기자
힘이 절로 나는 이유지요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조승호 선배 키 커보이게 하기 위해 사진 비율 좀
늘렸음)
힘을 보탠 또 다른 사람...왼 쪽 선두, 황토빛으로 무장한 사람
정의의 백가면에 자극받아 한달음에 뛰쳐내려온 권한주 조합원
그런데 별 특징 없어 붙여줄 별칭이 딱히 떠오르지 않고...
그냥 (정의의) 황토 사나이 정도로...
어쨌거나 어제 하루 끝까지 함께 한 황토사나이
황토사나이의 색깔이 못마땅한 '적토' 사나이
황토와 적토를 선두로 다다른 천안역...여기서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서명운동의 내용은? 삼성전자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타깝고 억울한
노동자들의 죽음. 책임지지 않으려는 기업들...이와 관련한 법을 만들어달라!
*기업살인법(산재사망 기업 책임 강화 법)
알고 있습니까? 지난 11년간 2만7천370명이 산업재해로 숨졌다는 사실을?
약 100만 명이 산재로 부상당한다는 사실을?
서명운동을 주도하시는 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습니다.
OECD 산재사망 1위 대한민국...하루 7명, 3시간에 한 명씩 사망할 정도랍니다.
언론은 삼성과 현대가 얼마나 벌었는지를 분기별로 착실히 보도하지만
얼마나 죽었는지는....
이 곳 삼성전자 천안공장(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하시던 고 윤슬기님은
재생불량성 빈혈로 젊은 나이에 숨져야 했습니다.
이 곳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고 이윤정님은 지난해 악성 뇌종양으로
숨졌는데 아직 산재조차 인정받지 못해 가족들이 어렵게 소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상과 언론을 바라보면서...
순례단이 온다는 소식을 미리 전해듣고 환영(?)하러 일찌감치 나와계셨던
삼성전자 경비직원분들...사유지니 촬영 안된다며 멀찌감치 배웅(?)까지!
또다른 미디어피폭지를 찾아...그런데 삼성을 나서니 현대의 '기름 은행'이...
아슬아슬 피해간 현대 기름은행
기름 은행 피하고 나니 난데 없는 소나기가!
적토와 황토 두 사람 모두 비슷한 흙빛으로 변해가고...
까짓 소나기쯤이야...그런데!
거센 바람까지...!
스타일 유지하려 애쓰는 사람
안간힘 써보지만 구겨지는 스타일
날까지 저물어가고...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한 황토사나이의 '북쪽 얼굴(NORTH FACE)
하지만 비바람에도 꿋꿋한 돌멩이처럼...
비오고 바람불고 날저물어도 길은 달라질 것 없다!
우린 끝까지 간다!
이 시각 순례단은 광주역을 걸어서 출발해 국립 5.18 민주묘지까지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주말에 근무가 없는 YTN의 조합원 20여 명이 광주로 내려가 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언론의 왜곡보도 속에 스러져간 수많은 영령들에
참배한 뒤 순례단은 다시 언론의 외면에 신음하고 있는 곳들을 향해
걸어갈 예정입니다.
많은 응원과 동참 바랍니다!
2013년 6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