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신>
우르릉쾅.
체포영장을 든 형사들에게 집 앞에서 연행될 때
불안불안 버티고 있던 마음 속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우르릉쾅.
유치장에 앉아 마음을 추스르려는데
경찰서 외벽의 비계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갇혀 있는 남대문 경찰서는 지금 리모델링 중이라 한다.
비계를 해체하고 벽을 깎고...
갖은 소음이 부당한 체포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의 외침에 저항하는 듯하다.
경찰서 리모델링을 나쁘다 할 순 없지만
외관보다는 내부의 썩은 구조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경찰 조사 거부한적 없고 또 오라해서 가겠다고
몇 날 몇 시 약속까지 한 사람을 어찌 체포할 수 있는가?
외압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된다.
체포영장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적혀 있었다.
누군가 판사까지 속인 것이다.
전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은
판사까지 속여 넘긴 세력의 외압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당한 외압에, 이렇듯 분명히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동원되는 구조라면
리모델링이 아니라 리셋을 해야 한다.
나는 이 와중에 조직의 논리 때문에 고통 받을 인간을 본다.
체포된 자이든, 체포한 자이든 체포가 부당하다면 모두 피해자이다.
그래서 나는 부당함을 주장하되 나를 체포한 이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던진다.
2009년 3월 24일 / 구본홍저지투쟁 250일 / 노 종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