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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바보의 나눔

마니아 편집팀 | 2011.02.18 | 조회 10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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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나눔]


  지난 4월 7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바보의 나눔’ 창립식이 있었습니다. 바보의 나눔은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를 찾아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설립한 재단입니다.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모금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도울 예정입니다.


  이날 창립식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김연아 선수입니다. 김연아 선수가 재단 홍보대사로 위촉장을 받을 때 많은 사진기자들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인데 정말 멋졌습니다.


  정몽준, 정세균, 노회찬 등 정당대표와 문화부 차관에 이어 기자협회장도 바보의 나눔 재단 창립식 인사말을 해야 했습니다. 무슨 인사말을 할까 고민하다 김수환 추기경께 편지를 올리는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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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 안녕하세요?


추기경님 생전에 한 번도 가까이서 뵌 적도 없는데 오늘 제가 한국기자협회장이란 이유로 이 자리에 섰네요.


추기경님께서 언론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셨기 때문에 신부님들이 기자 대표에게 한 말씀 올리라고 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을 드릴까 고민하다 추기경님이 1986년 전두환 정권시절 하신 신문인터뷰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추기경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더군요.

"민주화 그 자체보다 절실한 것이 저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보도지침 같은 것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받아들일 것을 찾아나서는 그런 자신 있는 정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다시 들어도 우리 모두에게 생생한 말씀입니다.


추기경님은 또 불의에는 엄했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분들에게는 자애로웠죠.


1968년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막내주교가 있었죠. 그 분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이었습니다.


저도 해고 노동자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첫 강제 해직기자 6명중 한명이죠. 아마 추기경님이 살아 계셨다면 해직기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셨을 텐데….


권력의 회유와 겁박을 못이기는 척 하고 받아들였다면 해고는 되지 않았을 텐데….


전 추기경님처럼 큰 바보는 못되고 작은 바보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추기경님의 바보정신을 기리려 여기 모였네요.


한국기자협회 소속 8천명 기자들도 추기경님 정신을 이어받아 항상 옳은 것은 옳고 그릇 것은 그르다고 말하고, 보다 낮은 곳에 있는 분들을 생각하며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기경님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드려야겠네요.


안녕히 계세요.


한국기자협회장 우장균 올림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해직기자)


[우장균 해직일기]는 한국기자협회보 칼럼 [우장균의 못 다한 이야기] 편에 동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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